서울시 교육청, '관계회복 숙려제' 도입…학폭 대응의 새 방향 될 수 있을까?

서울시 교육청, '관계회복 숙려제' 도입…학폭 대응의 새 방향 될 수 있을까?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2025년 2학기부터 '관계회복 숙려제'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제도는 '학폭 숙려제'라고도 불리며, 주로 초등학교 1~3학년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을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아직 법제화된 방식은 아니지만, 학교폭력 대응에 있어 교육적 접근을 강화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입니다.

관계회복 숙려제란?

기존 학교폭력 절차는 학폭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사실관계를 조사한 후, 학교장 자체해결 혹은 교육청 심의위원회를 통해 후속 조치가 이뤄집니다.

하지만 '관계회복 숙려제'는 일정 요건(초등 저학년 + 경미한 사안)을 갖춘 경우, 먼저 관계 회복 및 화해 가능성을 탐색하는 기간을 가지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법적 판단 이전에 '교육' 중심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제도의 도입 배경: 어린 학생에 대한 교육적 접근

초등학교 1~3학년은 아직 감정 조절이나 갈등 해결 능력이 미숙한 시기입니다. 그만큼 강한 징계나 조사 중심의 대응보다 심리적 회복, 관계 개선 중심의 개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도 초등학생의 경미한 사건을 다룰 때, 변호사의 깊은 개입 없이도 학교 내부에서 적절히 조정되었다면 더 나은 결과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이미 운영 중인 관계회복 시도들과의 차이점은?

관계회복 숙려제가 완전히 새로운 제도냐 하면, 그렇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현재도 많은 학교에서는 화해중재, 대화모임 등 유사한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폭력 관련 보호자 안내서에는 이러한 회복 절차에 대한 내용이 '보호자확인서'의 고정문구로 안내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보호자의 동의도 받고 있습니다.

결국 기존 체계 내에서도 유사한 회복 시도가 이뤄지고 있었으며, 새롭게 명명된 제도가 실제 절차상 얼마나 다를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려 1: 교사의 부담과 민원 증가

이 제도가 정착되려면 학교 현장에서 판단을 내리는 담당 교사와 관리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학폭 사안을 '경미'하다고 판단하고 관계회복 절차를 제안한 순간, 피해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축소 처리'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고, 반대로 가해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협상의 통로로 오해하거나, 지속적으로 교사에게 압박을 넣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민원, 항의, 감정적 마찰은 결국 학교 구성원의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우려 2: 학폭 은폐 가능성

관계회복 숙려제가 담임교사 중심으로 운영될 경우, 사건의 은폐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학교폭력 대응 체계가 강화된 배경 중 하나는 과거의 은폐, 방임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이었죠.

8~9세의 저학년 학생들은 담임교사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보호자가 담임의 권유에 따라 시시비비를 따지지 못한 채 절차를 포기하는 경우도 충분히 예상됩니다.

결국 '관계회복'이라는 이름 하에 객관적 진상조사와 공정한 판단이 희석될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저희는 학교폭력 피해와 관련된 법률상담 및 소송 절차를 수년간 진행해 오며, 학폭이 단순한 분쟁을 넘어 가정 전체의 고통으로 번질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관계회복 숙려제가 제대로 정착되어, 경미한 사안은 학교 내부에서 원만히 해결되고, 법적 절차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활용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전제는, 절차의 투명성, 교사의 전문성 확보, 외부 기관의 개입 여지 확보라는 3가지 조건이 함께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